
아파트 전세 직거래의 위험성과 중개보수 아끼려다 보증금 잃는 이유
수백만 원에 달하는 부동산 중개보수를 아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만나는 ‘전세 직거래’를 고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파트는 빌라와 달리 권리관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시세 파악도 쉬우니, 굳이 중개사를 끼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이 과정에는 공인중개사라는 ‘안전 전문가’가 빠져있기에, 그 모든 책임과 위험을 계약 당사자가 온전히 떠안아야 합니다.
중개보수 몇백만 원을 아끼려다, 수억 원의 보증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는 전세 직거래의 위험성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직거래의 유일한 장점과 치명적인 단점
전세 직거래의 유일한 장점은 명확합니다. 바로 ‘중개보수 절약’이죠. 하지만 이 장점 하나를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단점, 즉 안전장치들은 너무나도 치명적입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할 때, 우리는 단순히 ‘집 소개’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전문가의 ‘책임과 검증’ 서비스를 함께 제공받는 것입니다.
직거래를 한다는 것은, 이 모든 전문가의 역할을 내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권리분석의 책임 → 등기부등본 등 서류를 분석하여 집에 숨겨진 위험을 찾아내는 역할 신원 확인의 책임 → 계약 상대방이 진짜 소유주가 맞는지 검증하는 역할 계약서 작성의 책임 → 법적 효력을 갖는 안전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역할 사고 발생 시의 책임 →중개 과실로 문제가 생겼을 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보험
‘권리분석’의 책임, 모든 위험을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는 계약 전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등 공적 서류를 통해, 해당 주택에 과도한 빚(근저당권)은 없는지, 압류·가등기 등 위험한 권리는 없는지,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가 있지는 않은지 등을 분석하여 임차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즉, 깡통전세나 신탁사기와 같은 치명적인 위험을 1차적으로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직거래에서는 이 모든 권리분석을 임차인이 직접 해야 합니다. 만약 등기부등본의 복잡한 법률 용어를 잘못 해석하거나, 숨겨진 위험 신호를 놓친 채 계약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임차인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사기 거래’의 위험, 상대방을 검증할 안전장치가 없습니다
전세사기의 가장 흔한 수법 중 하나는 가짜 집주인이나 무권한 대리인이 계약 자리에 나오는 것입니다.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계약 당사자의 신분증 등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기본적인 확인 절차만으로도 상당수의 신분 위장 사기를 막을 수 있죠.
하지만 직거래에서는 상대방을 검증해 줄 전문가가 없습니다.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진짜 집주인이 맞는지, 혹은 그의 대리인이 적법한 권한을 가졌는지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속아 계약하게 되면, 내 보증금은 계약과 동시에 사라지게 됩니다.
‘사고 발생’ 시의 책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의무적으로 ‘손해배상책임보증(공제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만약 중개사가 권리분석을 잘못하는 등 중개 과실로 인해 임차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면, 임차인은 이 보증 제도를 통해 최대 수억 원까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거래에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내가 직접 권리분석을 하다가 실수를 해서 보증금을 떼이게 되더라도, 그 손해를 보상해 줄 곳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모든 위험을 100% 내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죠.
결국 공인중개사에게 지불하는 중개보수는 단순히 집을 소개해준 대가가 아니라, 계약의 전 과정에 숨겨진 법적, 재정적 위험을 전문가가 대신 검증하고 책임져주는 ‘안전 보험료’의 성격을 가집니다.
직거래를 하든, 중개사를 통해 계약하든, 계약 전 제3자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위험을 한번 더 검증하는 과정이야말로 내 보증금을 지키는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