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드는 전셋집을 찾았는데, 공인중개사가 ‘집주인 분이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계셔서 가족이나 대리인을 통해 계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월세나 보증금은 누구에게 보내야 할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와 소통해야 할지, 혹시 대리인이 사기꾼은 아닐지.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당연합니다.

임대인이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계약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계약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해외거주 임대인과 안전하게 계약하기 위한 필수 체크리스트를 알려드릴게요.

해외거주 임대인 계약의 핵심, ‘대리인’의 권한 확인

임대인이 해외에 있어 대리인을 통해 계약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리인과 마주 앉아 계약서에 서명하지만, 법적으로 이 계약은 대리인이 아닌 해외에 있는 임대인 본인과 체결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대리인이 임대인으로부터 계약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할 수 있어야만, 그 계약은 법적으로 안전한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진짜’ 대리인임을 증명하는 필수 서류 확인법

대리인의 권한은 말이나 약속이 아닌, 오직 공식적인 서류로만 증명될 수 있습니다. 아래 서류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1. 위임장

위임장은 임대인이 대리인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했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가장 중요한 문서입니다. 위임장에는 계약할 부동산의 주소, “임대차 계약 체결 및 보증금 수령에 관한 일체의 권한”과 같이 위임하는 내용, 그리고 임대인과 대리인의 인적사항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2. 위임장의 신뢰도를 증명하는 서류 (가장 중요)

위임장에 찍힌 도장이나 서명이 진짜 임대인의 것이 맞는지 증명하는 서류가 필수적입니다.

만약 임대인이 국내에 인감도장을 등록해두었다면, 그 인감도장이 날인된 위임장과 함께, 발급 3개월 이내의 인감증명서를 함께 받아야 합니다. 위임장의 도장과 인감증명서의 도장이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인감도장을 등록해두지 않았다면, 임대인이 거주하는 국가의 대한민국 영사관에서 직접 인증(영사관 인증)을 받은 위임장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국가가 위임장의 진위 여부를 공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므로 가장 신뢰도가 높습니다.

계약 현장에 나온 대리인의 신분증을 받아, 위임장에 기재된 대리인의 인적사항과 일치하는지 대조하여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은 반드시 ‘집주인’ 명의 계좌로 송금하세요

모든 서류가 완벽하더라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철칙이 있습니다.

계약금과 잔금 등 모든 보증금은 반드시 등기부등본상의 소유자인 임대인 본인 명의의 국내 계좌로 직접 송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리인이 가족이라거나, 편의를 봐달라는 등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대리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임대인 명의의 국내 계좌가 없다면, 계약 자체를 재고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과 수리 문제에 대비하기

해외거주 임대인과의 계약에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협조 특약

보증보험 가입 과정에서 보증기관이 임대인에게 연락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차 등의 문제로 연락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계약서 특약사항에 “임대인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절차에 적극 협조한다”는 문구를 명시하여 협조 의무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자보수 책임 및 연락망 특약

입주 후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한 조치를 위해, “주택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모든 연락 및 수리 책임은 대리인 OOO에게 위임하며, OOO은 임대인과 동일한 수선의무를 진다”와 같이 수리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특약을 넣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결국 임대인이 어디에 살든, 계약 전 대리인의 권한을 서류로 완벽하게 확인하고, 주택 자체의 위험까지 꼼꼼히 분석하는 과정이야말로 내 보증금을 지키는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