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단기 계약이 없는 이유와 임차인의 권리
급한 사정으로 6개월이나 1년짜리 단기 거주할 집을 찾는데, 월세는 부담스러워 ‘단기 전세’를 검색해보지만 매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어렵게 매물을 찾아도, 집주인이 단기 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왜 유독 전세는 2년짜리 장기 계약만 있고, 단기 계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걸까요?
그 이유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주 강력한 법 조항 하나에 숨어있습니다.
모든 이유는 단 하나의 법 조항 때문입니다
단기 전세가 드문 이유는 매우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설령 계약서에 1년으로 계약 기간을 정했더라도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임대차기간 등) ①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핵심은 바로 마지막 문장,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임차인에게만 선택권이 주어지는 법의 효력
이 법 조항은 오직 임차인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편면적 강행규정’입니다.
즉, 1년으로 전세계약을 맺었을 때, 그 계약을 1년짜리로 끝낼지, 아니면 법에서 보장하는 2년을 모두 채울지를 오직 임차인만이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과 임차인이 1년으로 전세계약을 맺은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임차인의 선택지: 1년 계약 만기 시점이 되었을 때, 임차인은 약속대로 1년만 살고 이사를 나갈 수도 있고, 마음을 바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2년을 모두 채우겠습니다”라고 주장하며 1년 더 거주할 수도 있습니다.
임대인의 선택지: 임대인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습니다. 임차인이 1년만 살고 나간다고 하면 보내줘야 하고, 2년을 채우겠다고 하면 그 기간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임대인은 1년 계약을 이유로 1년 뒤에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 단기 전세는 ‘손해 보는 장사’입니다
이러한 법의 효력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단기 전세 계약이 매우 위험하고 불리한 계약이 됩니다.
예를 들어, 1년 뒤에 집을 팔 계획이 있거나, 본인이 직접 들어와 살 계획이 있는 집주인이 잠시 집을 비워두기 아까워 1년짜리 단기 전세를 놓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1년 뒤, 임차인이 마음을 바꿔 2년을 살겠다고 주장하면, 집주인의 매도 계획이나 입주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고 맙니다.
이처럼 임대인은 자신의 재산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아예 단기 전세 계약 자체를 피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동산 시장에서 단기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 힘든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단기 계약은 임차인에게 무조건 유리할까요
법이 임차인에게 2년 거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차인이 계약을 마음대로 어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만약 1년으로 계약한 임차인이 개인 사정으로 6개월 만에 이사를 나가야 한다면, 이는 약속한 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한 ‘임차인의 계약 위반’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등 계약 중도 해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단기든 장기든, 임대차 계약의 핵심은 기간에 대한 이해를 넘어, 내가 들어갈 집 자체의 법적, 재정적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집에 숨겨진 모든 위험 요소를 계약 전에 꼼꼼히 분석하는 과정이야말로 내 보증금을 지키는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