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권 설정된 집 계약 시 반드시 말소 특약을 넣어야 하는 이유
마음에 드는 전셋집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봤는데, ‘을구’에 이전에 살던 세입자의 ‘전세권설정등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이사 나간 사람이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전세권’이 말소되지 않은 상태로 계약하는 것은 내 보증금을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전세권이 무엇인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전세 계약(임차권)과는 어떻게 다르며, 왜 반드시 말소된 것을 확인하고 계약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드릴게요.
전세권이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전세와 다른 점
우리가 흔히 ‘전세 산다’고 할 때의 권리는 법적으로 ‘임차권’에 해당합니다.
반면, ‘전세권’은 그보다 훨씬 강력한 권리로, 등기부등본에 직접 등기하여 공시되는 ‘물권(物權)’의 한 종류입니다.
이 둘은 보증금을 내고 집을 사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법적 성질과 효력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임차권(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전세)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채권’입니다. 집주인에게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죠.
이 권리를 제3자에게도 주장하기 위해 우리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합니다.
전세권
집주인의 협력을 얻어 등기부등본에 직접 등기하는 ‘물권’입니다.
등기된 순간부터 제3자에게도 강력한 효력을 가지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별도의 소송 없이도 등기된 권리를 근거로 직접 법원 경매(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차권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직접적인 권리인 셈이죠.
기존 전세권이 말소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
문제는 내가 들어가려는 집에, 이전에 살던 세입자의 이 강력한 ‘전세권’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을 때 발생합니다.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모든 권리는 접수된 날짜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집니다.
만약 기존 세입자의 전세권이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고 입주하여 확정일자를 받는다면, 법적으로 나의 권리는 기존 전세권보다 후순위로 밀려나게 됩니다.
만약 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법원은 경매 매각 대금에서 등기부등본의 권리 순서에 따라 돈을 나눠주게 됩니다.
이때 선순위인 기존 세입자의 전세권 보증금이 1순위로 변제되고, 남는 돈이 있을 경우에만 후순위인 나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내 보증금은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그대로 잃게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 잔금 지급 전 ‘말소’ 확인
따라서 등기부등본에 기존 임차인의 전세권이 남아있다면, ‘잔금 지급과 동시에 전세권을 말소한다’는 조건을 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잔금 지급 전까지 반드시 말소한다’는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계약서에 아래와 같은 특약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필수 특약 예시: “현 등기부등본 을구에 설정된 전세권설정등기(접수번호 제XXXX호)는 잔금 지급일까지 임대인의 책임 하에 완전히 말소하기로 하며, 만일 이행되지 않을 경우 본 계약은 무효로 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한다.”
가장 안전한 절차는 잔금일에 임대인, 이전 임차인, 그리고 새로운 임차인(나)이 함께 만나, 내가 지급하는 잔금으로 임대인이 이전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고, 그 자리에서 이전 임차인이 전세권 말소 서류를 법무사 등을 통해 등기소에 접수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결국 눈에 보이는 서류상의 위험을 계약 전에 발견하고, 안전한 특약으로 그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과정이야말로 내 보증금을 지키는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