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사정으로 전세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 할 때, 많은 분들이 ‘남은 기간 동안 나 대신 살 사람을 구해놓고 나가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나의 임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을 ‘임차권양도’ 또는 ‘전대차’라고 하는데요, 법적으로 매우 엄격한 조건이 따르기 때문에 집주인 모르게 진행했다가는 보증금을 잃고 쫓겨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임차권양도와 전대차의 정확한 의미와 차이점, 그리고 왜 집주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지 그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알려드릴게요.

법적으로 금지된, 집주인 동의 없는 임차권양도와 전대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자신의 임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빌린 집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줄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 민법 제629조에 명시된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민법 제629조 (임차권의 양도, 전대의 제한): ①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 ②임차인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조항이 존재하는 이유는, 임대차 계약이 단순히 ‘집’이라는 물건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라는 특정 사람의 신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지는 개인적인 계약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어떤 사람이 내 집에 살게 될지, 보증금과 월세를 잘 낼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이죠.

‘양도’와 ‘전대차’의 정확한 차이점 알아보기

많은 분들이 ‘양도’와 ‘전대차’를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법적으로는 권리관계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임차권양도 (권리의 완전한 이전)

‘양도’는 기존 임차인이 자신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새로운 임차인에게 완전히 넘겨주고 계약 관계에서 완전히 빠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도가 이루어지면, 새로운 임차인은 집주인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맺게 되며, 보증금 반환도 계약 종료 시 집주인으로부터 직접 받게 됩니다.

전대차 (임차인이 새로운 임대인이 되는 것)

‘전대차’는 기존 임차인이 임대인과의 계약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임차한 집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새로운 임차인(전차인)에게 다시 세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기존 임차인은 집주인에게는 ‘임차인’이면서, 새로운 세입자에게는 ‘전대인(임대인)’이 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게 됩니다. 보증금 반환 역시, 새로운 세입자는 기존 임차인에게, 기존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각각 받아야 하는 복잡한 구조가 됩니다.

동의 없이 양도·전대했을 때의 위험한 결과

만약 집주인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위험은 원래 임차인과 새로운 임차인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원래 임차인에게

집주인은 계약 위반을 이유로 즉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래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집주인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임차인(양수인/전차인)에게

새로운 임차인의 권리는 집주인과 원래 임차인 사이의 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만 존재합니다. 따라서 원래의 계약이 해지되는 순간, 새로운 임차인은 그 집에 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모두 잃고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게 됩니다. 지급한 보증금이나 월세는 집주인이 아닌, 원래의 임차인에게 받아내야 하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가장 안전한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요

부득이하게 계약 기간 중 이사를 해야 한다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임대인과 직접 협의하기

가장 먼저 할 일은 임대인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임차인과 정식 계약 체결하기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기존 계약을 합의 하에 중도 해지하고, 임대인과 새로운 임차인이 깨끗하게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는 보통 기존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 방법은 모든 당사자의 권리관계를 가장 명확하고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입니다.

결국 중도 퇴실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분쟁을 줄이려면, 계약의 시작 단계부터 모든 권리관계가 투명하고 안전한 집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