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월세 계약 특약 작성하는 방법
얼마 전, 생애 첫 전셋집 계약을 마친 직장인 김씨는 이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계약은 순조로웠고, 집주인의 인상도 좋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죠.
그런데 잔금을 치르기 며칠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해 본 김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에는 깨끗했던 등기부등본에 집주인이 거액의 대출을 받은 근저당권이 새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집은 순식간에 ‘깡통전세’가 될 위험에 처했고, 김씨가 항의하자 집주인은 “계약서에 대출받지 않겠다는 내용은 없지 않느냐”며 되려 큰소리를 쳤습니다. 표준 계약서만 믿었던 김씨는 계약서의 작은 빈칸, ‘특약사항’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약사항, 왜 반드시 꼼꼼히 챙겨야 할까요
특약이란,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의 기본 조항 외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특별히 합의하여 정하는 약속을 말합니다.
표준계약서는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없는 일반적인 틀에 불과해요. 따라서 계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분쟁을 예방하고, 각자의 권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이 특약사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다만, 특약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효력을 갖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임차인에게 부당한 의무를 지우는 특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계약 체결 후 잔금일까지 보증금을 지키는 특약
김씨의 사례처럼 계약 체결일과 잔금 지급일 사이에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있습니다.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막는 것이 특약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필수 특약 1 (권리관계 유지 조항) “임대인은 현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를 잔금 지급일 익일까지 그대로 유지한다. 만일 이를 위반 시 임차인은 계약을 즉시 해제할 수 있고,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
이 조항은 집주인이 잔금을 받기 전에 몰래 대출을 받거나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행위를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입니다. 여기서 ‘익일(다음 날)’까지로 명시하는 이유는, 임차인이 전입신고 시 대항력의 효력이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필수 특약 2 (입주 전 수리 조항) “계약 시 확인한 [보일러의 난방 기능 문제, 안방 창문 파손 등 구체적인 하자]는 잔금 지급일까지 임대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수리 완료하기로 한다.”
계약 당시 발견한 하자가 있다면, 이를 언제까지 누가 책임지고 수리할 것인지 명확히 기재해야 입주 후 수리비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거주하는 동안 분쟁을 막아주는 생활 밀착형 특약
사소해 보이지만 거주하는 동안 집주인과 얼굴 붉힐 일을 막아주는 생활 밀착형 특약들도 있습니다.
필수 특약 3 (수선비 부담 조항)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이 아닌, 보일러·수도·전기시설 등 주택의 주요 설비 노후 및 고장에 대한 수선은 임대인이 부담한다. 단, 전구·수전패킹 등 간단한 소모품은 임차인이 부담한다.”
누가 어디까지 수리해야 하는지는 가장 흔한 분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수선 책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 사육, 못 박기, 벽지 교체 등에 대한 내용을 협의하여 명시할 수 있습니다.
전세대출 및 보증보험 실행을 위한 필수 특약
필수 특약 4 (대출 및 보증보험 관련 협조 및 계약 해제 조항) “임대인은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 및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에 필요한 절차에 적극 협조한다. 만약 임대인의 귀책사유 또는 주택 자체의 문제로 인해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이나 보증보험 가입 심사가 부결될 경우, 본 계약은 무효로 하며 임대인은 지급받은 계약금 전액을 임차인에게 즉시 반환한다.”
이 특약은 임차인의 책임이 아닌, 집이나 집주인의 문제로 대출 및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졌을 때 계약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는 핵심 조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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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는 최소한의 안전망일 뿐입니다. 그 위에 나에게 꼭 맞는 특약사항이라는 갑옷을 꼼꼼히 챙겨 입는 과정이야말로, 미래의 분쟁을 미리 막고 내 보증금을 지키는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어떤 특약을 넣어야 할지, 그 문구는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 일반인이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잘못 작성된 특약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죠.




